2018. 01. 13 연중 제1주간 토요일

 

마르코 2,13-17 (레위를 부르시고 세리들과 음식을 드시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호숫가로 나가셨다. 군중이 모두 모여 오자 예수님께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그 뒤에 길을 지나가시다가 세관에 앉아 있는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레위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예수님께서 그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는데, 많은 세리와 죄인도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 이런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리사이파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께서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분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예수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5년 전 오늘 쓴 묵상 글입니다. 교구청 성소국장으로 사목할 때 가끔 가던 선술집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파주에 살고 있으니, 그곳에 갈 일이 거의 없지요. 하지만 선술집이 거기뿐이겠습니까. 우리네 사는 곳 어디에나 있지요. 예수님께서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먹고 마시던 소박한 잔치를 떠올리시면서, 동네 선술집에서 벗들과 한 잔 나누는 흥겨운 토요일 밤을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선술집 산전수전>

 

의정부역 앞 단골 전(부침개), 산전수전!

막걸리와 온갖 전 냄새가 허기를 자극하고,

삶의 기쁨과 슬픔을 담은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들은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을 살맛으로 채워주지요.

 

삶을 함께 하는 사랑하는 벗들과 모여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에 부침개 한 젓가락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 없답니다.

 

산전수전은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 않아요.

허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수함이 그저 우리 민낯 같아 편안하지요.

마음씨 좋은 주인아줌마의

넉넉한 웃음과 기분 좋은 목소리가

어린 시절 따뜻한 옆집 아줌마를 떠올리게 하고요.

 

산전수전에는 고상한 체면 차림이 없답니다.

하루의 삶을 몸과 마음에 담은 이들이

한 사발 두 사발 맛깔나게 막걸리 들이키면서

한 겹 두 겹 가면을 벗고 맨몸뚱이 드러내지요.

삶의 애환 고스란히 배어있는 얼굴에서

때때로 들리는 거친 소리에서조차

사람 냄새 가득하답니다.

 

술 못 마시는 사람도 괜찮아요.

그저 함께 하는 사람이 좋아서

그저 사람과 막역하게 어울리는 것이 좋아서

삶을 흥겹게 하는 술과 싸고 푸짐하고 맛난 안주를

벗 삼는 것이니까요.

 

예수님과 죄인들이 어울립니다.

예수님과 버림받은 이들이 어울립니다.

함께 먹고 마시고 즐깁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세상에서 내쫓기고 멸시당하는 이들을

사람이지만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이들을

예수님께서는 다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부르십니다.

그저 함께 먹고 함께 마심으로써 말이지요.

 

스스로 잘난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고상하다 거룩하다 뽐내는 이들에게는

단지 볼썽사나운 난장판입니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하시기 위해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 초대받은 작은이들에게는

가진 것 모두 내버리고

서로를 둘러싼 겹겹이 허물을 모두 벗겨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참 세상입니다.

 

의정부역 앞 단골 선술집 산전수전에서

예수님과 벗들의

살맛나는 작은 잔치를 떠올립니다.

 

우리네 사는 세상

산전수전 술판 같으면 좋겠습니다.

 

벗들과 어울려

사는 이야기 안주 삼아

기뻐서 한 잔 슬퍼서 한 잔

뿌듯해서 한 잔 억울해서 한 잔

서로 뜨겁게 부둥켜안으며

사람 냄새 가득한 살맛나는 세상 보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