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30 성탄 팔일 축제 제6

 

루카 2,36-40 (한나의 예언, 예수님의 유년 시절)

 

그때에 한나라는 예언자가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그런데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예수님의 부모는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그렇게 늙고 싶습니다>

 

어느덧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아쉬움보다는 흐뭇함이 크니

그럭저럭 잘 살아온 것 같은 마음에

속으로 작은 웃음 지어봅니다.

 

나이는 들어가지만 여전히

 

젊은 날의 열정과 패기를 품고 있고

현실의 거센 물결에 휩쓸리지 않으며

아름다운 세상 보듬으려는 모습에

부끄럽지만 대견스러워해 봅니다.

 

하느님께 가장 감사할 것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내게 물어온다면

 

약하고 고통 받고 억울한 벗들을 향한

맑고 따뜻한 눈빛 주심이라고

 

세상과 사람에 짓눌린 벗들의 아픔을

그들만의 것이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 심어주심이라고

 

하느님나라 갉아먹는 거친 세상에

바위에 부딪히는 달걀이 되어

쉼 없이 깨지는 거룩한 몸짓 이끄심이라고

 

미약하지만 당당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어느덧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홀로 된 몸으로

온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아기 예수님만을 기다리며

 

흐트러짐 없이 단호하게

더러움 없이 곱게

혼탁함 없이 맑게

한 해 한 해 늙어간 한나처럼

 

그렇게 늙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생의 마지막을

하느님 찬미와 감사로 수놓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