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01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선교의 수호자) 대축일

 

마태오 18,1-5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

 

그때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하늘 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에 세우시고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작은 길 이런 사제가 되게 하소서>

 

주님을 향한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고귀한 길을 함께 걷는 믿음의 벗님들, 오늘은 선교의 수호자이신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대축일입니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우리가 흔히 작은 꽃이라는 뜻의 소화(小花)’ 데레사라고 즐겨 부르는 친근한 성인 가운데 한 분입니다.

 

성녀 소화 데레사는 15세에 가르멜 수도원에 들어가 하느님 품에 안길 때까지 그 울타리를 벗어난 적이 없지만 선교지와 선교사들의 수호자로 선언되었고, 체계적 신학 논문 한 편도 쓴 적이 없지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교회 학자로 선포되었습니다. 또한 성녀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고한 영성이나 엄격한 수덕을 주장하지 아니했고 여느 사람과 별로 다를 바 없이 드러나지 않은 일상생활을 하다가 스물네 살이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성 비오 10세 교황은 현대의 가장 위대한 성인이라 일컬었습니다.

 

무엇이 소화 데레사 성녀를 이토록 위대하게 만들었을까요? 그 비결은 일상의 일을 비상한 사랑으로 수행한 성녀의 작은 길’, 곧 기도 생활에 열중하며 크던 작던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사랑으로 다하는 생활을 통해서, 자신을 끊임없이 작게 만듦으로써 하느님을 더욱 크게 드러내는 여정에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소화 데레사 대축일을 맞이하여, 어린이를 주제로 한 오늘의 복음 말씀을 듣는 까닭은 단지 성녀가 어릴 적부터 힘들고도 힘든 봉쇄수녀원에 입회하고자 갈망하였고, 열다섯의 이른 나이에 입회한 후 스물네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주님의 품에 안겼기 때문이 아니라, 성녀의 삶이 곧 주님 앞에 선 해맑고 순결한 어린이의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수많은 성인 가운데 오늘 복음 말씀을 가장 극적으로 실천한 성인이 바로 소화 데레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소화 데레사는 어느 날 구약성경 잠언 94, 곧 새 성경에는 어리석은 이여 이리 들어오시오.”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새 성경 이전에 우리가 읽었던 공동번역 성경에는 누가 만일 아주 작은 자이거든 나에게로 오라.”는 말씀에, 이 가운데에서 특별히 작은이라는 표현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이 부르심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겼습니다.

 

성녀 소화 데레사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영적 어린이의 작은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길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어린이 정신으로 표현되는 겸손, 부모 앞에 선 어린이와 같은 꾸밈없는 단순성, 그리고 절대적인 신뢰심이 있어야만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성녀에게 이 작은 길의 목표는 하느님과의 일치인 완덕이며, 이 완덕에 나아가는 방법은 사랑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언제 들어도 마음을 뜨겁게 하는 성녀 소화 데레사의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고백을 믿음의 벗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교회에는 심장이 있고 심장에는 사랑이 불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교회의 모든 지체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 사랑이 꺼질 경우에 이른다면 사도들은 복음을 더는 전하지 못할 것이고 순교자들은 피를 흘리려 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은 모든 성소를 포함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성소는 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교회 안에서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저의 어머니인 교회의 심장 안에서 사랑이 되겠습니다.”

 

오늘 작지만 위대한 삶을, 희미하지만 불꽃같은 삶을 사셨던 성녀 소화 데레사를 닮을 수 있기를 바라며, 저의 작은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기도문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런 사제가 되게 하소서]

 

당신 나라의 밑거름 삼으려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저를

애타게 부르시는 하느님

 

당신과 함께

사랑 생명 정의 평화 넘치는

당신 나라를 향한

당신의 길을 걸으며

 

바라봄만으로도 압도당하는

하늘로 치솟은 아름드리나무가 되기보다

지나던 가난한 길손들

피로에 지친 다리 쉬어갈 수 있는

그루터기 같은 사제가 되게 하소서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가시 돋친 핏빛 장미가 되기보다

힘겨운 산길 지친 마음 달래는

연한 빛깔 이름 모를

들꽃 같은 사제가 되게 하소서

 

꺾이지 않으려 온 몸 바람에 맡겨

제 생명 살리려는 갈대가 되기보다

짓밟히면 짓밟힐수록

생명 품은 씨앗 널리 날리는

민들레 같은 사제가 되게 하소서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오늘 성녀 소화 데레사를 기억하면서 하느님을 향한 벗님들의 소중한 작은 길을 열어 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