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26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루카 21,20-28 (예루살렘 멸망을 예고하시다,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 그때에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그때가 바로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기 때문이다.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이 땅에 큰 재난이, 이 백성에게 진노가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칼날에 쓰러지고 포로가 되어 모든 민족들에게 끌려갈 것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종말 신앙 : 구원을 향한 희망의 신앙>

 

우리는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간을 보내면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대림시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마침에서 새해의 시작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의 마침과 새 세상의 시작, 곧 종말의 표징과 당신의 다시 오심 그리고 속량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종말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오시어 인류가 지금까지 걸어온 모든 역사와 이 지상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오시는 날,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고 하느님나라가 완전히 도래하여, 이 나라에서 영광스러운 의인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다스리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종말에 앞서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온 세상을 뒤집는 불길한 표징들이 수없이 나타날 것입니다.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죽음과 같은 표징들일지라도, 우리 신앙인에게는 구원의 시간을 알리는 표징들입니다. 이 표징들이 나타날 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고, 우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종말 신앙은, 단지 언젠가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닥칠 그날을 준비하도록 우리를 다그치는 데에 그치지 않으면, 우리가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것입니다. 하느님나라가 완전히 도래하기 전 종말의 때를 알려주는 고통스럽고 두려운 표징들처럼, 우리의 삶 안에,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안에는 견디기 힘든 고통스런 현상들이 많이 있습니다.

 

낙태, 굶주림, 병에 의한 무죄한 아이들의 죽음, 경쟁과 폭력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자살, 이혼으로 인한 가정의 붕괴, 기아와 공존하는 무자비한 식량무기화, 한계를 모르고 늘어가는 핵무기와 핵발전소, 인간 탐욕이 빗어낸 생태계 파괴, 인종 차별, 테러와 전쟁을 비롯한 무분별한 군사주의, 존엄한 사람을 마치 기계 부속품처럼 다루어 쓰고 버림으로써 인간의 삶을 왜곡하고 자본을 신격화한 신자유주의 등등 이루 말할 수없는 현상들은, 마치 세상의 종말을 보여주는 표징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신앙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겠습니까? 그저 속수무책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나와 무관한 것이라고 애써 외면하며 수수방관하겠습니까? 아닙니다. 결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마지막 날 주님의 구원을 희망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주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품에 안으시듯이, 오늘날 처참한 상황에서 고통 받는 이웃들을 품에 안아야 합니다. 우리는 참혹한 표징 너머에 있는 완성된 하느님나라를 희망하는 신앙인으로서, 절망적인 세상에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하고,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생명을 보듬어야 합니다. 증오의 시대에 사랑을, 분열의 시대에 일치를, 폭력의 시대에 평화를 꽃피워야 합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칠흑 같은 밤은 오히려 가까이 온 새벽을 알리는 표징입니다. ‘밤의 어둠에 얽매여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새벽빛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라는 갈림길에서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오늘 하루, 사랑하는 벗님들 모두, 종말 신앙을 두려움 가득한 절망의 신앙이 아니라, ‘구원을 향한 희망의 신앙으로 보듬어 가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