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 제266대 교황에 1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76)이 선출됐다.

가톨릭교회 2000년 사상 첫 미주 대륙 출신으로, 비유럽권에서는 시리아 출신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에 처음이다.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따른 이번 새 교황 선출은 전날 개막한 콘클라베에서 5번째 투표 만에 이뤄졌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든 신자와 관광객 수만 명은 이날 저녁 콘클라베가 열린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환호를 질렀다. 이어 성당 교회 종소리가 울렸다.

아르헨티나인들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에 "라틴 아메리카 가톨릭의 승리"라며 환호했으며, 현지 언론들도 '아르헨티나 최대의 경사'라며 소식을 전했다.

현지와 세계 언론들은 애초 그의 이름이 교황 유력 후보군에 전혀 거론되지 않아 교황 선출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톨릭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콘클라베에 참여한 추기경들이 젊고 활동적인 사람보다 연륜을 갖추고 겸손하면서도 대중적 인기를 가진 인물이 교황에 적합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또 베네딕토 16세를 선출했던 2005년 콘클라베 당시 그가 최종 투표에서 2위에 올랐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콘클라베가 예상보다 쉽게 끝난 것은 많은 추기경들이 새 교황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그는 대주교 자리에 있으면서도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손수 요리를 했으며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의 빈민가를 자주 방문했다.

제266대 교황은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딴 즉위명을 택한 것은 청빈한 삶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로마 교황청은 프란치스코가 14일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으로서 첫 미사에 참석하며, 그의 즉위미사는 19일 열린다고 밝혔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축복을 전하는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바티칸시와 전 세계에게)에서 10만여 명의 신도들에게 "여러분의 환영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알듯이 콘클라베는 로마에 주교를 앉히는 것이다. 동료 추기경들이 나를 찾기 위해 다른 세상의 끝으로 간 것처럼 보인다"고 농담을 건넸다.

새 교황은 또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위해 기도했다.

바티칸 관계자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에게 전화해 며칠 안으로 찾아가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인 그는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 대주교를 맡고 있으며, 성직 기간 대부분을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목자로 활동했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아르헨티나 가톨릭교회의 현대화에 기여했으며, 가톨릭교회가 1976~1983년까지 아르헨티나의 독재를 옹호했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